EP.1-5 컴파일러

EP.1-5 컴파일러: 제어의 번역가 | 설계도를 전깃길로 바꾸는 공정

Phase 1: Hardware-Software Interface

EP.1-5 컴파일러 — 제어의 번역가

설계 도면을 CPU 전깃길로 구워내는 자동 배선 시퀀스

우리는 왜 직접 0과 1을 쓰지 않는가?

전 장에서 보았듯, OS는 ISA 규격에 따라 레지스터에 직접 전기를 때려 넣습니다. 하지만 현대의 제어 시스템은 수만 개의 수문을 열고 닫아야 합니다. 사람이 일일이 "A 접점 켜고 B 접점 꺼라"를 기계어(0101...)로 치고 있다가는 시스템 구축이 불가능하겠죠. 그래서 우리는 인간의 언어(고급 언어)로 설계도를 그리고, 이를 기계어로 바꿔줄 자동 번역가(Compiler)를 고용합니다.

컴파일 과정: 설계 도면에서 래더 로직으로

컴파일러가 하는 일은 PLC 소프트웨어(GX Works, XG5000, S7, studio5000 등)가 우리가 그린 래더 로직을 CPU용 바이너리로 변환하는 과정과 완벽히 일치합니다.

1
구문 분석(Syntax): 작성한 코드에 문법적 오류가 없는지 검사합니다. 도면으로 치면 결선 오류나 오타를 잡아내는 단계입니다.
2
최적화(Optimization): 엔지니어에게 가장 중요한 단계입니다. 불필요한 연산을 줄여 전압 신호가 흐르는 경로를 최단거리로 재설계합니다. 이는 래더 회로를 간소화하여 스캔 타임(Scan Time)을 줄이는 것과 같습니다.
3
코드 생성(Generation): 해당 CPU의 ISA 규격서를 참조하여, 실제 레지스터를 조작하는 0과 1의 덩어리로 최종 결과물을 구워냅니다.

컴파일러는 'ISA 규격서'를 외우는 대행인

우리가 C언어로 a = b + c;라고 쓰면, 컴파일러는 머릿속에 저장된 ISA 배선도를 뒤져서 다음과 같은 물리적 시퀀스를 자동 생성합니다.

  • LOAD: RAM 주소에 있는 전하 상태를 레지스터로 옮겨라.
  • ADD: ALU(산술논리장치) 수문을 열어 합산 로직을 가동해라.
  • STORE: 결과값을 다시 특정 메모리 접점으로 송출해라.

이 모든 명령은 CPU 내부의 명령어 해독기(Decoder)에 정확히 맞는 전압 패턴으로 변환되어 흐릅니다.

제어 엔지니어가 C언어를 배우는 진짜 이유

전기 제어인들이 파이썬보다 C언어에 열광하는 이유는 하드웨어의 접점(Address/Pointer)을 직접 건드릴 수 있는 구조를 가졌기 때문입니다.

KICK POINT: 포인터는 곧 주소 번지다 C언어의 포인터(Pointer)는 RAM의 실제 물리적 주소를 직접 가리킵니다. 이는 PLC에서 특정 입출력 접점(X0, Y0)의 주소를 직접 지정하여 제어하는 것과 같습니다. 컴파일러는 우리가 쓴 코드를 이 물리적 주소의 전압 제어 신호로 정확히 매칭해줍니다.

컴파일러는 '자동 배선기'다

컴파일러는 단순한 번역기가 아닙니다. 우리가 추상적으로 그린 로직을 CPU 내부의 물리적인 전깃길로 자동 배선해주는 도구입니다. 이 번역 과정이 얼마나 정교하냐에 따라 시스템의 응답 속도와 신뢰성이 결정됩니다.

이제 설계도가 기계어로 구워지는 법까지 알았습니다. 그렇다면 이렇게 만들어진 프로그램들이 RAM이라는 광활한 운동장에서 어떻게 서로 자리를 잡고 싸우지 않는 걸까요? 다음 장에서 그 메모리 할당의 미학을 파헤쳐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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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지니어의 언어는 컴파일러를 통해 전자의 언어로 승화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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