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0-1 천공카드

EP.0-1 천공카드 — ‘전선 꼽기’가 ‘기록’이 되던 날
[컴퓨터 코딩의 첫걸음] 전선과 전기로 시작하는 컴퓨터의 기원
[그림 0-1-1] 천공 카드_사진출처:나무위키

EP.0-1 천공카드 — ‘전선 꼽기’가 ‘기록’이 되던 날

진화의 미싱 링크(Missing Link)

애니악의 거대한 전선 뭉치를 보며 우리는 질문했습니다. "매번 저걸 손으로 다 꼽아야 하나?"
인간은 이 고된 노동을 '종이 위의 구멍'으로 박제하기 시작했습니다.

1. 프로그래밍의 원형: 전선과의 사투

초기 컴퓨터에서 새로운 계산을 한다는 것은, 수천 개의 구리선을 뽑아 다른 구멍에 다시 꽂는 것을 의미했습니다.

  • 물리적 하드웨어: 프로그램이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배선 상태 그 자체가 곧 프로그램이었습니다.
  • 비효율의 극치: 계산 한 번을 위해 며칠 동안 전선을 꽂아야 했고, 전선 하나만 잘못 꽂아도 미로는 작동하지 않았습니다.

2. 천공카드의 도약: "꽂는 과정을 통째로 생략하다"

천공카드는 이 지루한 과정을 획기적으로 줄여주었습니다.

  • 아이디어: "전선이 연결될 곳에 구멍을 뚫고, 연결되지 않을 곳은 종이로 막자."
  • 물리적 박제: 종이 카드 한 장은 '특정 배선 상태의 복사본'입니다. 이제 사람이 전선을 하나하나 꼽는 대신, 기계가 카드의 구멍을 읽어 전기를 통하게 하거나 막습니다.
획기적 통찰: 기록물(Software)의 탄생

카드를 갈아 끼우는 것만으로 컴퓨터의 용도가 즉시 바뀝니다.
이 순간, 컴퓨터의 '육체(기계)'와 '정신(카드의 기록)'이 처음으로 분리되었습니다. 소프트웨어의 조상이 탄생한 것입니다.

3. 0과 1의 시초: 구멍이 있거나, 없거나

천공카드는 자연스럽게 우리에게 디지털의 기본 단위를 알려주었습니다.

  • 구멍이 있음 (Punch): 금속 브러시가 구멍을 통해 반대편 판에 닿아 전기가 흐름 → 1
  • 구멍이 없음 (Blank): 종이가 가로막아 전기가 흐르지 않음 → 0

이 단순한 물리적 차이가 훗날 트랜지스터가 처리할 '전압의 차이'로 이어집니다.

정리 — 노동에서 정보로

천공카드는 인간의 '손노동'을 '데이터'로 변환한 첫 번째 도구였습니다.
하지만 종이는 여전히 느리고 무겁습니다. 이제 우리는 이 종이 위의 구멍을 '눈에 보이지 않는 전기 스위치'로 옮기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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